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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월/11Off

셧다운제는 아이들을 확실하게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게임, 어쩌다 이지경까지…라는 기사의 서두에 "셧다운제는 아이들을 죽음에서 구하자는 얘기다."라는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의 발언이 소개되어 있어 긴 침묵(사실 끄적대던 글이 있기는 한데 아직 다 쓰지 못함)을 깨고 포스팅을 올린다.

게임 셧다운제야말로 아이들을 확실하게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아이들정도는 죽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는 이미 많이들 죽어 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세대가 거듭될수록, 이 정책으로 인해 죽어가는 우리의 아이들은 늘어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게임 셧다운제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1. 게임 셧다운제가 아이들을 죽이는 확실한 방법은, 바로 학부모 스스로가 자기 아이의 목을 죄게 만드는 것이다. 애초에 아이들이 왜 게임에, 그리고 인터넷에 중독이 되는가를 이해하고는 있는가?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애초에 자기 아이들이 뭘 하고 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가?

진정한 문제는 바로 게임이 아니라 바로 가정에 있다. 그것도 '몇몇' 가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1 수많은 가정에서 학부모들은 게임에 대해 무지하다. 중학생인 아들이 하는 게임이, 사실은 18세 미만 이용불가 게임이며, 그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어머니가 얼마나 될까?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가정에서의 관심과 보살핌, 특히 부모의 훈육이 필요하다. TV를 볼 때나 책을 볼 때 당연히 그러듯이, 아이들이 플레이할 게임도 당연히 부모들이 한 번 필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 과정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 부모님 세대는 게임을 모르고 자랐고, 아이들이 엄청난 속도로 게임을 이해하는 것에 비해 부모 세대가 게임에 대해서 잘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격차는, 게임과 함께 성장한 게이머 세대들이 부모가 되어가면서 좁아질 것이고, 어떻게 보자면 '일시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셧다운제와 같은 제도는 이러한 부모의 게임에 대한 무지를 고착화시킨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유해 요소는 정부에서 알아서 차단해 주니까, 부모님 여러분께서는 아이들을 학원 버스에 무사히 태우는 것만 신경써 주세요."와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은 어떻게 보자면 각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교육을 정부에서 가져간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적인 무언가(어떤 소설이 있었던 것 같은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가정이 맡아야 할 부분을 제거함으로서 가정을, 부모를 더욱 '멍청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물론 많은 사람들(학부모들)이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자기 아이들이 새벽에 게임하는거 제대로 막지도 못 하고 있는 와중에 법으로 막아주겠다니 당연히 찬성할 만 하다. 그러나 당장 얻을 지지와, 향후의 파급 효과를 생각해보면, 이것만한 포퓰리즘이 어디 있는가?

셧다운제는 이런 식으로 진정한 문제에 대한 접근을 막고, 단지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덮는다는 점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접근 방식이다. 암 환자에게 진통제만 투여하는 꼴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기사에서

“요즘 고등학생들이 부모 말을 듣나요? 밤 12시 이후에 게임하는 고등학생 자녀들을 부모가 통제할 수 없어요. 그러니 19세 미만으로 해야 합니다.”

와 같은 발언이 나오는데, 조금만 고민해보면 "요즘 고등학생들이 부모 말을 듣나요?" 가 진정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이 말이 맞다고 하면, 이미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미성년자이고, 아직 부모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여겨지는 고등학생들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난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이게 게임의 문제인가? 여기에 대고 게임을 막는다는 것이, 그저 조금 부모를 안심시키는 것 이외의 무엇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차라리 학부모 단체에서 이러한 제도를 요구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설령 그 방향이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모들이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야 거짓이겠는가. 그러나 행정 단체에서 이러한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자식 사랑에 자식을 망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부모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부모들의 이런 행동을 욕할 수야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행정 단체가 이 수준까지 내려와서 뭘 하겠다는 건가?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책일 뿐이다. 정부가 가족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부모가 아무 제약 없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부모를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흔히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부모는 몰라서는 안 된다. 그게 개인의 문제라면 또 모를까. 국가적으로 부모의 무지를 조장하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목 조르게 만드는 일이다.

2. 게임 셧다운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의 청소년의 지위가 어떤지를 암시한다. 물론 게임 셧다운제는 (MBC의 게임 폭력성 실험 등과 같이) 대한민국에서의 게임, 게임 산업, 게이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일단 미뤄두자.

애초에 청소년들이 왜 자정 넘어서까지 게임을 하는가? 수면 장애가 있는거라도 아니면, 청소년들도 밤에는 잠이 오고, 자고 싶을 것이다. 왜 자정 넘어서까지 게임을 할까? 정말로 슬픈 것은, 우리가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낮에는 학원 가니까. 학원을 안 가더라도, 어쨌든 학생은 공부해야 하니까.

이게 정말 빌어먹을 일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얼마나 닭장같은 상황에서 자라는지는 다들 알고 있는데, 다들 거기에 대해서 함구한다. 문제인 걸 알아도 뭐 어쩔 수 있냐는 거다. 위에 언급한 기사에 보면

김 국장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수면시간이 짧은데, 그 이유는 과도한 학습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새우며 게임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관련 분석 보기)

이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어 이루어질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이 나라에서 청소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거의 대놓고" 알 수 있다. (수면 시간을) 넉넉잡아서 7시에 일어나고, 8시부터 자습, 9시부터 수업을 들어서 3시에 수업 끝나면 학원, 학원에서 10시까지(넉넉하게 잡은거다! 내 경우에는 새벽 1시까지 공부했다) 공부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11시. 일어나서 먹는거 이동하는거 빼고는 공부밖에 안 했는데, 남는 시간이 8시간밖에 없다. 수면시간 8시간이면 너무 많이 잡은건가?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적당히 빈틈 봐서 학생들 놀건 다 챙겨서 논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노는 걸로 인정할거면 학원 선생들이 학생들 도망쳤다고 패지는 말아야지. 피시방 갔다고 쪼지는 말아야지. 이 사회에 너무나 많은 것이 비행이다. 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는 사회 구조는 청소년이 해야 할 행동이 화이트 리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리스트에 적힌 거 빼고는 다 비행.

잡기 쉬운 두더지부터 잡는다고 볼 수도 있겠는데, 그 두더쥐를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 게임 셧다운제는 우리 아이들의 놀 문화를 파괴한다. 물론 지금 게임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놀이 문화인가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는 다르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불신과 저주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 지위를 확립한 시, 소설은 역사에서 확연히 홀대받았던 기간을 확인할 수 있고, 영화는 차라리 빠르게 자리를 잡고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이 다를 것이 있겠는가? 게임은 직접적 상호작용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지니는 예술의 분야이다. 딱히 이렇게까지 치켜세우지 않아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을 포함해 게임에 옹호적인 세대가 이 사회의 가장 늙은 사람이 되어 있을 쯤에는, 게임은 그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가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이 글의 어떤 예측보다도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게임 산업이 없다면, 한국을 표현할 만한 예술로서의 게임도 세계적으로 그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 딱히 한국이 세계에서 게임으로 1등을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 문제는, 결국 한국 사람들도 게임을 하게 될텐데, 그 때 우리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외국산 게임일 것이다.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고, 한국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게임 같은 것은 없거나, 모두 고사 직전이 될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이 만화에 끼친 영향만 봐도 자명한 일이다.

사실 이러한 문화적 종속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뽀로로를 졸업한 아이들이 다음으로 보게 되는 TV 애니메이션의 얼마나 많은 수가 일본산인가. 일본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을 본 아이들이,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일본인에 가깝게 자라게 된다고 하면 그것을 지켜볼 일인가? (물론 학교-학원-잠과 같은 반복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유년기를 살지 않는 이상, 한국인과 정서를 소통할 기회는 많을 것이고,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체 왜 한국에서 문화를 지우려고 하는가? 혹시 한국적인 것과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헷갈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사실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처럼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 혹은 한국적인 작품을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2 영화는 다행히 어느정도 되고 있는 것 같다. 만화도 고꾸라지다가 웹툰이라는 활로를 찾고 나아가고 있다. 이제 게임에 시련이 닥칠 차례가 온 것 같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 치맛바람 수준을 넘지 못한다면, 게임은 국가 단위로 망할 것이고,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향유할 문화는 또 하나 줄어들게 될 것이다. 국가 단위의 자폐증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마 게임 다음의 새로운 매체와 놀이도 비슷한 시련을 겪지 않을까 한다.3

아, 혹시 아이들은 놀지 말고 공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딱히 없다. 그 사람의 아이들에게 자폐증이 생기지 않도록 인도적 차원에서 기도해 주는 것 정도?

맺으며
셧다운제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대개 반대하는 사람들은 게임 산업의 논리를 들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논리를 든다. 내가 보기엔 이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사실, 우리가 어찌 팔불출 부모의 자식사랑을 뭐라고 할 수 있겠나. 단지 정부가 그 수준에 영합해 진정 가족에게 필요한게 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것을 지적하고 싶다.

게임 셧다운제도가 정말 청소년을 구원할 것인가? 나는 일단 이걸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다시 말해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
  2. 그런 작품이 나오고, 외국산 작품에 비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생각 없이 향유할 수 있어야겠다. []
  3. 뭐 그때는 우리 세대가 그 매체와 놀이를 탄압하려 들지도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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