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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월/11Off

반값등록금을 생각한다

요즘 반값등록금이 뜨겁다. 내 생각은 이렇다. 반값등록금은 구호이고, 결코 반값등록금이 목표여서는 안 된다.

등록금이 반액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반액등록금이라는 결과 자체가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에 의해 등록금이 반값이 된다면, 그것은 교육의 종합적 질이 (이론적으로) 절반이 된다는 의미이고, 증세를 통해 이뤄진 반값 등록금은 그냥 돈 나가는 구멍이 조금 달라지는 것 뿐이다. 난데없이 뿅 하고 등록금이 절반이 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반값등록금 소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 그것은 아니다. 반값등록금은, 결국 지금 젊은 세대가 받고 있는 각종 불합리할 정도의 착취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어떠한 사회적 요구에 의해 대학에 진학할 것을 강요받고 있는데, 그 대학들은 요즘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기숙사비 등)를 통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자력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결국 부모의 손을 빌리거나 직접 노동을 하게 된다.

부모의 지원으로 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일단 미뤄두고, 직접 노동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여기에도 사회문제가 있다. 바로 노동 착취 문제이다. 딱히 젊은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젊은 층이 겪기 쉬운 문제다. 약 30만명이 임금체불 문제를 겪고 있고, 그 액수는 대략 1조 3천억원이다. 악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임금체불 문제 말고도1 별 악의없이 뽑는 '무급인턴' 제도도 있다. 말 그대로 '너는 이 일을 통해서 경험을 얻으니 좋지 않냐. 그러니까 차익(노동으로 발생한 가치)은 우리가 전부다 가져가겠다. 그래도 너한테 남는 장사다.'라고 말하는 제도다.2

다시 말해 (고등학교)-대학교-취직으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젊은 세대의 생활반경 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돈을 벌어야 할 필요를 어쨌든 앞당겨 만들고, 돈을 벌려면 늙은이3들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또 돈을 쓰고 몸을 바쳐야 한다. 취직을 하기 위한 각종 스펙에는 한번 시험을 치는데 수십만원이 드는 영어 점수가 포함되고, 경험 내지 이력서 내의 한 줄을 위해 노동을 무상 내지 헐값으로 제공한다.

애초에 인턴이라는 제도가 강제도 아니니만큼, 이런 비판에 대해 기업의 옹호자들은 '싫으면 하지마' 식의 지극히 계약자유원칙 수준에서의 반론을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으면 고용 사회에 끼워줄 수 없다고 협박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인턴제도에 실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는 (고용측이 아예 작정하지 않는 한) 좋은 기회이며, 젊은이들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말할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로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이런 시스템들은 정말 교묘하고 복잡하게 설계되어있다. 시장의 강자가 (부당할 정도로) 많은 이익을 보는 구조면서도, 그 구조는 일견 정당한 것처럼 보여, 이런 시스템을 공격하기는 힘들다. 학자금대출도 마찬가지고, 이공계장학금4도 그런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 아래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구호는, 그런 점에서 돌파구가 된다. 일단 많은 대학생들이 금전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 대학 등록금이 '대학생 평균이 무리없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보다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받고 있고, 그 원인은 이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나설 명분이 된다.5 정치적인 구호가 되어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힘은 있다.

문제는 다음이다. 대학 등록금이 절반이 되는 것, 그 자체가 잘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통해 이 사회의 좀 더 뿌리깊은 문제에 접근할 수가 있다. 일단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무섭게 올리는, 이제와서는 기업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 사학들을 수술할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국립대 법인화 문제에서도, 대학의 영리 추구 기업화를 견제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학진학률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도 있겠다. 위에 쓴 것처럼, 젊은 층의 착취 문제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면,6 일반적인 경제적 착취 문제로도 연결되는 도화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중점을 둔다면 좀 더 의미있고 사회를 좀 더 (두루뭉술하게) 좋은 곳으로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대련은 반값등록금의 구호주한미군 철수를 슬쩍 얹었다. 에라이.

  1. 뭐 악의적이 아닌 임금체불도 있겠지만... 그냥 '이런 악의적인 노동 착취 이외에도'라고 쓰고 싶은데 왜 그러질 못할까. []
  2. 아마도 '고등학교때 봉사활동 하던 감각으로 일좀 해봐라' 같기도 한데... []
  3. 노인이나, 어르신이 아니고, 늙은이다. 이 글에서의 늙은이는 먼저 태어나서 젊은이들보다 일할 시간이 몇십년은 더 있었고, 그 시간을 통해 부와 권력을 쌓고, 젊은이들이 이것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
  4. 이공계장학금은, 약간 주제와 빗나가지만, 수혜자를 노예로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다. '비이공계 진출시 이공계장학금 환수'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
  5. 물론 경찰한테는 그런 것 없다. 아마 이들의 머리 속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없는데, 법이 그걸 인정하니까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별 꼼수를 다 쓰는 것 같다. []
  6. 사실 위에 쓴 '젊은 층 착취'는 사실 연령과 세대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한다. 기득권과 기득권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넣어도 딱 맞고, 오히려 그게 더 적합하다 볼 수도 있다.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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