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trivial Everyday 자명한 날은 단 하루도 없다

247월/12Off

새로운 환경과 유머의 오독 문제

Case 1.

甲은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창작한 유머를 선보였고, 호평을 받았다. 이 자리에 있던 乙은 그 유머를 기억해 뒀다가 다른 친구들과 있는 자리에서 그 유머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 집단은 甲과 乙의 친구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유머는 실패해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乙은 그 집단에서의 평판이 안 좋아졌다.

Case 2.

甲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자신이 창작한 유머를 선보였고, 호평을 받았다. 甲을 팔로하던 乙은 그 유머를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리트윗했다. 乙의 팔로어들은 甲의 팔로어들과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乙의 팔로어들은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고, 몇몇은 기분이 상했다. 甲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람들의 오해와, 심지어는 항의도 받았다.1

트위터에서는 수많은 유머가 유통된다. 의도적, 지속적으로 유머를 창작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말한 것이 다른 집단의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안타까운 경우다) 특이한 점으로는 리트윗 시스템 때문에 어느 정도 유머의 Authority가 보장되는 채로 전파된다는 것인데 이 시스템 덕에 사람들이 더 의욕적으로 유머를 만들게 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 또한 있다.

옛부터 유머를 선보였는데 유머가 실패하면 보통 개선의 여지(내지 책임)는 유머를 꺼낸 사람에게 있다. 청중과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유머를 선보이는 사람에게는 그저 '그 유머가 자신에게 재미있었기 때문에 유머를 던진다'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유머를 듣고 즐거워할지를 청중과 맥락을 판단해 유머를 선보일 책무가 있다. 위 Case 모두에서 甲은 (결과적으로) 그리 하였고, 乙은 그리 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러나 乙의 실패에 대한 비용은 Case 1에서는 乙이 지불한 반면, Case 2에서는 대부분의 비용을 甲이 지불하고 있다. 이게 트위터상에서 보존되는 유머(일반화시켜서 발언)의 Authority의 역기능이다. 실제 트윗을 통한 발화에는 여러 맥락이 있는데, 리트윗은 그런 맥락을 무시한 채 트윗을 전파하는 경향이 있다.2 오독의 가능성은 너무나도 높다. 그리고 유머와 같은 '정확도'가 중요하지 않은 소식의 경우 그 유명한 '자정작용'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Case 2와 같은 경우에도 乙이 책임을 지는 체계로 사회의 합의가 이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트위터라는 환경 자체가 정보의 전파성을 중시함에 따라 정보 수신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타임라인의 특성상 리트윗의 판단은 매우 빨리 이루어진다. 그러면 트위터라는 시스템의 오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甲은 여전히 잘못한 것이 없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다들 조심해야 한다는 것 정도다. 甲은 자신의 유머가 '재미에 따라' 자신의 상상보다 훨씬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乙 또한 (진부한 조언이지만) 자신의 팔로어들이 듣고 재미있어할 유머인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난데없이 맥락 바깥에서 등장한 이해 못할 발언을 보더라도 원래 말한 사람이 어떤 의도였는지 파악하고 그 다음에 판단하려는 태도가 (Case 2의 乙의 팔로어 같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해진다.

조금씩만 노력하면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 가끔 그 노력과 개선의 비가 절망적으로 보이지만.

  1. 예시로 닉쿤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팬덤의 반응을 희화화한 유머와 거기에 대한 오해에 대한 불만을 볼 수 있다. []
  2. ex: 이 트윗과 바로 그 다음 트윗의 리트윗 수 차이를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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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월/12Off

내가 논술을 출제한다면: 현대사회의 각종 문제에 따른 비용청구

제시된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여라.

[배경]

대학생인 A와 인근 주민인 B는 A가 재학중인 대학 내에 위치한 식당 '오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소'는 많은 푸드코트가 그러하듯, 카운터에서 자기가 먹을 메뉴를 주문하면 대금을 지불하고 주문번호가 새겨진 전표를 받는다. 주문은 대금 결제와 동시에 주방으로 전달되어 주문받은 메뉴가 조리되고, 조리가 완료되면 요리사가 요리를 (주방과 홀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의) 배식대로 가져가고 동시에 해당하는 메뉴의 주문번호를 전광판에 표시한다. 그러면 전표를 지닌 사람이 배식대에서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담긴 식판을 가져와 자기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다. 전광판에 표시된 주문번호는 식판을 받아간다고 해서 지워지지는 않고, 오직 전광판이 꽉 차 있을때만 순서대로 지워진다.

'오소'에 처음으로 방문해 메뉴를 파악하는데 시간을 들인 B와 달리, 재학생인 A는 자신이 평소 즐기던 'XO 게살 볶음밥(5500원)'을 주문하고 주문번호 107번이 새겨진 전표를 받았다. 조금 뒤 B도 카운터로 와서 무난해 보이는 '밀라노풍 도리아(4500원)'를 주문하고 주문번호 108번을 받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자리에 가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 상황에서 A와 B는 서로가 무엇을 주문했는지 모르는 상태이다. 식당은 한적해 이 두 사람 이외에 들어온 주문도, 또 이 두 사람이 식사를 시작할 때까지 다른 추가 주문도 없었다.

이윽고 배식대의 전광판에 108번이 뜨고, 곧이어 107번이 떴다. B와 A가 차례로 배식대에 도착했는데 정작 배식대에 음식은 하나밖에 올려져 있지 않았다. 주방을 담당하던 요리사 순우경씨는 다른 요리를 하기 위해 배식대에서 멀어진 상태에서 '버튼을 잘못 눌렀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두 사람에게 했다. 108번이 전광판에 먼저 떠서 B가 식판에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B가 식판을 챙겨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A는 빈손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전광판에 있는 108번과 107번은 딱히 지워지지 않았다.

[일어난 일]

그러나 실제로 나온 요리는 A가 주문한 'XO 게살 볶음밥'이었다. B는 이 식당이 처음이었고 도리아 자체도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음식을 잘못 받아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아무 의심 없이 'XO 게살 볶음밥'을 먹었다. 한편 식당 직원은 홀을 돌아다니던 중 A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고, 조리 예정 시간은 지났는데 식사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해 A에게 요리가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고, A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원은 A에게 '바로 요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고 전했다. 식당 직원은 얼마 가지 않아 A에게 가야 할 요리가 B에게 갔고 B에게 가야 할 요리는 배식대에 놓여 있는 것을 파악했다. 얼마 안가 A는 결국 식당측이 새로 요리한 'XO 게살 볶음밥'을 먹었다.

[A의 입장]

A는 일단 자신보다 늦게 주문한 B의 번호가 자신보다 먼저 호출되었다는 것에는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조리 시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아 자리로 돌아오면서 한가지 위화감을 느꼈다. 그것은 B가 가져간 식판에 있는 음식은 자신이 몇번이나 먹어서 잘 알고 있는 'XO 게살 볶음밥'이었던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는 나와 108번 손님이 모두 'XO 게살 볶음밥'을 주문했다는 가능성이다. 이 경우에는 자신과 같은 음식을 자신보다 늦게 주문한 사람의 주문이 자신의 것보다 먼저 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불쾌한 일일 것이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108번 손님이 다른 요리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A는 요리사가 자신을 보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고 생각해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A와 B 중 누구에게 말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애초에 요리사는 배식대에서 멀리 있어서 A와 B가 지닌 전표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누가 'XO 게살 볶음밥'을 주문했고 누가 '밀라노풍 도리아'를 주문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A는 B가 식당 앞에서 메뉴를 고르던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B가 자기가 가져간 음식이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경우에도 어쨌든 자기가 먹어야 할 식사를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므로 불쾌한 일이었다.

A는 식당이 정상적이라면 전자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라 추측은 후자로 기울었다. 실제로 A는 B가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B에게 가서 양해를 구하고 B의 주문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지만, A 자신의 대인관계 컴플렉스와 '전자'였을 경우의 뻘쭘함(후자였으면 잘못 가져간 음식을 정정하는거니 문제가 없지만, 내가 먼저 주문했으니 내가 먼저 먹어야 한다는 의도로 다른 사람이 가져간 식판을 빼앗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A는 생각했다)과 귀찮음, 결정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는 하겠지만 거기에 자신의 책임은 없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물음 1. 이 이야기에서 발생한 주요한 불편 내지 비용이 무엇인지 서술하라. (200자)

물음 2. 위 물음에서 발생한 불편이나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을 취할 수 있을지 제시하고, 그러한 방법에 요구되는 비용의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논하라. (900자)

물음 3. 이 이야기와 위 물음에 대한 답이 현실 사회의 '비용의 배분' 문제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쓰라.(4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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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겪은 실화를 기반으로 함. 이런 형식이 된 것은 내가 논술에 자주 있는 찬/반 구도나, 누군가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태도 등을 싫어하기 때문임.

이 글을 쓰면서 면접시험같은데서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부담 갖지 말고 솔직하게 답하세요'는 '솔직하게 답하면 합격됩니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런 질문들은 보통 지원자가 기업이나 면접관-_-이 지향하는 가치나 문제를 보는 시점 등과 얼마나 맞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듬.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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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월/12Off

비밀번호 문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건 적건 이런저런 계정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역으로 인터넷의 각종 서비스에서 현실의 개인은 계정, 특히 아이디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구분된다. 어떤 사람이 어떤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개, 그리고 거의, 비밀번호를 사용한다. 사람이 현실에서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신체적 특징 등의 정보와 신분증과 같은 체계를 이용하듯이, 사람이 인터넷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며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의 조합, 나아가 각종 보안 도구들을 이용한다.

비밀번호라는 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비밀번호는 올바른 권한을 가진 사람만이 알고 있으며 권한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몰라야 하는 사람은) 비밀번호를 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권한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각종 방법을 통해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계정에 접근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전제조건을 깔고, 사람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해 보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안전한 비밀번호를 만드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과 그에 이어진 타래에 많이 정리되어 있다.

이 타래에서 많이 건드리지 않는 주제는 또 하나의 문제인 '비밀번호 중복사용'인데, 간단히 말해 여러 사이트에 같거나, 주인이 동등함을 추측할 수 있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계정이 있고, 그 계정들이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한다면, 그 중 단 한 사이트만 공격당해 비밀번호가 유출되면 나머지 모든 사이트도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즉 비밀번호는 사이트마다 다른 것이 좋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물 위로 드러난다. 인터넷에는 너무 많은 사이트와 서비스가 있다. 너무 많은 아이덴티티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비밀번호를 중복해서 사용할수록 전체 아이덴티티 셋이 위험하고, 비밀번호를 다르게 사용할 수록 사람의 기억력이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애초에 보안이 그렇지만 완벽은 없고, 더 많은 보안은 더 많은 비용(includes 귀찮음)이 필요하다. 이 수많은 벤처들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소셜 네트워크와 뭐시기뭐시기 하는 각종 사이트들이 모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하나씩 요구할수록, 사회가 겪는 전체 보안 비용은 증가한다.

하나의 계정으로 여러 사이트를 접근할 수 있게 만들면 조금 나아질까?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서비스들도 존재해왔다. (상업적 성공은 별개) 그러나 당연히 그 계정이 뚫리면 여러 아이덴티티가 모두 함께 망한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다. 이메일 주소 인증으로 비밀번호를 override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잘 모르겠다. 사실 이게 진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머리가 안 좋아져서 아이디/비밀번호 기억하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트집을 잡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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