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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월/13Off

음란물 규제 현실화!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

0.

안녕하세요. 허구헌날 "음란물 규제 현실화!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를 외치고 다니는 정진명입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여러분들의 삶은 어떠십니까? 제가 글을 재미없고 안 읽히게 쓰이는 걸 알기 때문에 일단 유머로 글을 시작해 봤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딱 이 정도로 필사적입니다.

오늘 제가 문면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것은 제가 왜 '음란물 규제 현실화!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를 외치고 다니냐 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께 설명을 드리고, 주제넘게도 설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설득이라기보다도 그저 여러분께서 한번 제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주신다면 만족스럽겠습니다.

"당신이 방금 전 보신 그 포르노가,
인간의 존엄성을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건전한 성도덕을 파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1.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포르노를 보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고, 포르노에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좀 과도하게 일반화를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호로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 무리를 했다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이 방금 전 보신 그 포르노"라는 구절을 통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포르노를 전혀 보지 않은 20대를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비교연구가 불가능해 연구를 포기했다는 일화를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특히 그 중에서도 남성 분들은 대부분 포르노를 보셨으리라 예상합니다. 여러분의 주변인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지만 아무런 추가 정보 없이 단지 여러분의 특정한 주변 사람이 '대한민국(사실 이것도 그다지 필요 없는데) 남성'이라는 정보만 준다면, 저는 그 사람이 포르노를 본다고 예상할 것입니다. 어쨌든 이 나라에는 수많은 일본산, 미국산 포르노를 많건 적건 영화 보듯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정~말 보수적으로 잡아도 백만명 단위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만명을 잡아도 문제될 건 없으리라 봅니다.1 이 글에서는 천만명이라고 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말하고 있는 포르노들은 대한민국에서 불법입니다.

2.

대한민국 형법 제22장 성풍속에 관한 죄 중
제243조(음화반포등)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문개정 1995.12.29]
제244조(음화제조등) 제243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제조, 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대한민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중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1)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1.9.15>
1.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위 형법 조항은 포르노 비디오, DVD등의 국내 제조와 유통을 막는 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아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목도하게 되는 warning.or.kr의 법적 근거입니다. 이들 법에서 지칭하고 있는 '음란'이란, 헌법재판소의 형법 해석에 따르면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 법에서의 '음란'함의 해석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2

뭐 포르노가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적 표현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다른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은 안 하고요. 그러면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포르노가 불법일까요?

아시다시피, 내지는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도 합법적인 포르노는 존재합니다. 성인영화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죠. 저도 어릴 때는 성인영화관을 자주 봤던 것 같습니다만 요즘은 어디 있는지 뭐 검색해도 잘 안 나오고... 모텔 러브호텔 뭐 이런 데 가면 볼 수 있다는데 가본 적이 있어야 알지... 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합법 포르노'를 찾아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에도 '적나라한 성적 표현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다른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것'임에도 합법인 성인물은 존재합니다.3

존재는 합니다. 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걸 찾아 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3.

왜 어떤 포르노는 불법이고 어떤 포르노는 합법일까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속함'과 '음란함'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장난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음란함'은 불법이고 '저속함'은 합법입니다. 딱 잘라서 저렇게 말할 수는 없다고 쳐도, 적어도 한때는 음란함은 헌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적이 있었습니다.4거꾸로 말하자면 저속한 표현에 대해서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계속 보장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속한 표현'과 '음란한 표현'의 차이는 뭘까요? 근본적으로는 정도의 차이이고 실제 판단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인 판단기준으로는 단순히 '성인영화'와 '포르노'의 차이를 생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차이는 우리가 '감상할 때' 느끼는 확연한 차이일 수도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지키는 것이 명백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니까요.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건 안 되어 있건 성기가 노출되는가, 성행위의 장면이 직접적으로 (카메라 앵글의 조정이나 오브젝트로 가리는 것 없이) 노출되는가. 대충 이 정도 차이 아니겠습니까?

직접적인 성기와 성행위의 노출은 인간 존엄과 인간성을 왜곡한다고 우리 법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4.

음란물 규제는 필요합니다. 적어도 인간 존엄과 인간성을 왜곡하고 건전한 성 관념을 해하며 생산 과정에서 개인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음란물은 존재합니다. 아니 이론적인 이야기를 때려치더라도, 아동포르노와 수간물의 제조와 유포를 형법으로 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극소수일 겁니다.

음란함과 저속함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날이 감에 따라 바뀌어 갑니다. 이제는 우습지도 않은 『즐거운 사라』는 1992년 음란물이었습니다. 저는 2003년에 마침 15세 근처였고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며 성적 망상을 즐겼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에게도 판매된 걸 보아 저속하지조차 않았군요. 2013년 현재 유두의 노출까지는 저속한 표현이고, 미성년자 아이돌에게 섹시 컨셉의 의상을 입히고 저녁 시간 음악방송에서 엉덩이를 흔들게 하는 것은 15세 관람가입니다. 신문기사의 성인광고들은 전연령 관람가죠.

하지만 오늘날의 음란물 규제는 도무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상당수'가 보는 것이 과연 건전한 성관념을 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이 일본산과 미국산 '한국의 메인스트림 포르노'는 (규범적인 차원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성관념의 일부가 아닐까요? 그것이 '상당수'가 아니고 '대다수'라면 어떻습니까?

현재 천만명이 보는 포르노는 불법입니다. 그것은 이런 포르노들이 음란하기 때문이며, 풀어서 말해 '인간 존엄과 인간성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떤 입장에서든) 큰 문제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인간의 존엄성을 희희낙락 파괴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회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행동 양식과 인간으로서의 존재 방식의 일부분을 법이 심각하게 침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둘 중 어느 입장에 서 있는지는 문맥에서 파악이 가능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음란물 규제 현실화와,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5.

대한민국 수립 이래 수많은 음란물 관련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사라』도 있었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박경신 교수님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5. 이들 사건의 주안점은 간단히 말해 "예술이냐 외설이냐"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말 오로지 성적 흥미만을 추구하고, 다른 가치는 없는 것인가?'하는 질문을 두고 이견을 다투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렇습니다. "오로지 성적 흥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사회가 이것을 법으로 막아야 하는가?"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본능을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만약 그 본능을 추구하는 과정과 결과물에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개인의 행동을 제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성과 관련된 본능이란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함이 맞습니다. 사회적 해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충분히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숙한 성인이 자기 혼자서 성적 욕망을 해결하려는 행위, 그러니까 자위행위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은 시청각 교보재는 수영복 수준으로 제약이 걸려 있고, 물리적인 도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불법이거니와...

포르노를 보는 것에도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포르노 산업, 고상하게 말해 '성 이미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그런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아쉽지만 성 노동에 관한 논의는 이 글에서는 할애하겠습니다. 저보다 이 이야기를 하시는데 더 적합한 분이 있으시겠지요.

6.

2000년대 중후반에 포르노를 보신 분들이라면 각종 공유망에 '배우의 동의를 얻어 합법적으로 촬영된 성인용 비디오'와 '아동의 발달에 지대한 해악을 끼쳤음이 분명할 아동 포르노'가 구분되지 않고 검색어 하나 차이로 들어차 있던 광경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일본의 창작 그림 커뮤니티로, 수많은 한국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일본에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pixiv에 수많은 성 묘사가 올라온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원하던 것들을 합법의 영역으로 끌고오지 못하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 온 것에 대한 결과들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눈치도 없고, 사회에 뿌려진 수많은 암묵지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지워졌으면 하는 암묵지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네가 지금 하려는 행위는 불법적인 행위이다. 그러나 사실 남들도 '다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거다. 혹시 네가 운이 나빠서 걸려도, 네 잘못이지 사회를 탓하면 안 된다."

저는 제가 하고 남들도 하고 싶어하는 행위를, 가능하다면 사회적인 해악을 없애는 방향으로, 합법화하고 싶습니다.

7.

저는 여러분들이 얼마나 음란물 규제를 현실화하고 메인스트림 포르노를 합법화하는데 동의하시는지 모릅니다. 가끔 인터넷에 떠도는 주장만 흘끗흘끗 볼 뿐, 이게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들께서 제 생각에 동의하신다면, 생각 날 때마다 외쳐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음란물 규제 현실화!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

박근혜 정권 5년간의 '제' 국정과제는, 이 토픽에 대해 사회적인 토론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결론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바라는 게 많으면 안 좋겠죠.

우리들 대부분이 보는 외산 포르노가 합법인가 아닌가는, 국회의원이 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법관이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뭐... 기술적으로는 그렇겠지만요.)

바로 우리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문제입니다.

감사합니다.

8.

"음란물 규제 현실화! 메인스트림 포르노 합법화!"

99.

읽기 어려운 글을 많은 분들께서 읽어 주셨습니다.

그 중 장승욱님6께서 글이 잘 읽히도록 수정하자는 의견과 함께 도움되는 조언을 듬뿍 주셔서, 글의 짜임새를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여전히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 사실 연구를 인용하고 싶었는데 제 검색실력이 미천하여... 보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2. 95헌가16, 관련 위키백과 문헌 []
  3. ... 쉽게 말해, 우리가 비디오가게에 가서 성인비디오 테이프를 보는 수준의 영화는 합법이고,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는 야동은 불법인 겁니다. ... []
  4. 95헌가16: 위 항목 참고 []
  5. 음란물 파문 박경신 "법적 음란기준 토론 위한 것" []
  6. 910217J@지메일닷컴. 크롤링을 방해하기 위해 전각 문자를 사용하였습니다. []
카테고리: 생각 덧글 잠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