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trivial Everyday 자명한 날은 단 하루도 없다

259월/14Off

야탑 짱가네의 매콤돈까스

대학병원은 싫다. 특유의 공기와 환자와 노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나도 그 공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있던 기운도 빠지는 공간이다. 수납을 하고 약을 수령하기 위해 아무 일 없이 대기하는 시간은 그 감각을 극대화한다.

지긋지긋한 정기검진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오후 세 시하고도 삼분의 일 시간정도. 집에 돌아갈 일만 남았지만 점심을 먹지 않아 배고프기도 하다. 밥을 먹지 않아도 좋고 먹지 않아도 좋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운에 맡기기로 했다. 집에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서 눈앞에 보이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를 먹기로 정했다. 운이 좋게도, 혹은 아쉽게도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매운 돈까스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음식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고기가 두텁게 살아있는 일식 돈까스라는 이유도 있지만, 매운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게 더 근본적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가 이 근처에서 가본 집은 이 곳밖에 없고 오늘은 딱히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번 저녁 때, 그러니까 여섯 시하고도 이분의 일 시간 즈음에는 이 '짱가네'라는 간판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기다렸다 혼자 들어간 나는 분식집 특유의 비좁은 가게에서 점원의 '합석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양해의 말까지 들을 정도로 붐비는 집이었다. 오늘은 한산했다. 그래도 테이블의 절반은 차 있었다. 번성하고 있는 듯 하다.

가볍게 매콤돈까스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맵지 않은 돈까스를 주문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 집에는 맵지 않은 돈까스가 없다는 말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제일 맵지 않은 매콤돈까스, 그 다음으로 매운 돈까스가 있고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은 한 단계 더 매운 돈까스가 있다. 냉면도 있지만 분식집에서 냉면을 먹는 것은 내겐 정말 큰 모험이다.1

콘스프와 단무지가 세팅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병원에 대해 생각한다. 의사를 보고 처방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삼 분 이십 초이다. 십 분마다 세 명의 환자를 예약받는 교수님은, 뭐 이것에 불만은 없지만, 끊임없이 환자를 본다. 나머지 시간도 컨베이어벨트. 수납을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내 차례가 되면 돈을 낸다. 장소를 옮겨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다 내 이름이 불리면 약을 받고 병원을 나온다. 대학병원에 오는 시간의 대부분은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병원에 물드는 감각이 끔찍하게 피부를 기어올라온다.

한산한 시간에 왔는데도 은근히 손님의 회전이 많다. 많은 테이블이 두 명이 와서 물냉면 하나와 매콤돈까스 하나를 시켜 나누어 먹는 분위기이다. 나도 같이 올 사람이 있다면 저렇게 먹을까? 하지만 일부러 누군가를 데려와서 먹을 그런 가게는 아니다. 근처에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가끔 오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두 덩이의 '왕돈가스'에 붉고 매운 소스. 포크와 나이프로 적절한 크기로 그때그때 잘라 입으로 옮긴다. 야채 샐러드와 마카로니 샐러드, 콘 샐러드와 밥을 적당히 배분하여 매운 맛을 완화시키면서 먹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그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엔돌핀 같은 것이 분비된다던가. 그 때문인지 쉴새없이 입으로 통각 덩어리를 밀어넣는다. 이게 매운 음식을 먹는 맛이지. 이게 싫은 거기도 하지만.

조금 땀을 흘리고 나니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대학병원의 불쾌함은 어느새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느낌이다. 나쁘지는 않다. 이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뿐인가. 제길. 마지막 기다림이 남아있었잖아. -끝-

  1. 첨언하자면 매콤돈까스를 주문하고 '소스를 따로' 주문하면 맵지 않게 돈까스를 먹을 수 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소스 없는 돈까스는 싫기 때문이다. []
덧글 (0) 엮인글 (0)

죄송합니다, 현재 덧글쓰기가 잠긴상태 입니다.

아직 엮인글이 없습니다.